유니세프에서 온 15주년 기념 우편물

[원문은 이글루스에 2022-12-13 20:58:49 작성되었습니다]

 올해 추석 때 였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계시는 본가에 갔더니 유니세프에서 온 우편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후원 15주년을 기념하여 감사하다는 엽서. 10년도 20년도 아니고 15년을 기념해서 보냈다니 조금 의아하기도 했네요 ㅎㅎ 유니세프 홈페이지 아이디를 잃어버려서 로그인도 안 되어 주소를 미처 바꾸지 못했는데, 처음 후원을 시작할 때 입력된 주소로 우편물이 도착했네요. 부모님께서 아직 그곳에 살고 계셔서 우편물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유니세프에 후원을 하고 있던 지인의 권유로 저도 후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큰 돈은 아니었지만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을 해오고 있습니다. 후원금을 증액하고 나서 얼마 후 회사에 사표를 던지는 바람에 다시 원래 금액으로 후원을 줄이기도 했었어요. 1년 가까이 백수생활 중에도 후원을 끊지 않고 계속 유지했다는 사실을 제 스스로는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어느덧 15년이 되었다니 놀랍네요.

 우리나라에도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다른 나라까지 후원을 하느냐는 얘기를 종종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월드비전에서 활동하시는 한비야 선생님은 우리나라가 해외원조를 받거나 도움을 받았을 때 우리를 도와주었던 그 나라에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었겠느냐 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제 생각에는 그다지 논리적인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모든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생활이 어려운 누군가를 도와 주려면 아무리 낮게 잡아도 제 월급의 20-30% 이상은 지출을 해야 하는데 저는 그만큼을 지출할 의지도 능력도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제 생활을 줄여가며 그렇게 후원하기는 어렵죠. 그런 일은 저보다 훨씬 잘 사는 부자들에게 좀 떠넘기고,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한달에 몇만원으로 누군가를 살리는 일에 도움을 주고 싶은 겁니다.

 한달 만원이면 어린이 00명에게 영양실조식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합니다(몇명이라는 수치는 예전에 언젠가 들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고, 현재 물가 수준에서는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후원을 계속한다면 전세계 어딘가의 어린이에게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금액인 거죠.

 몇년 전이었던 것 같은데 유니세프한국위원회 관련 비리 등이 세간의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조직에서나 있을 수 있었던 부당해고같은 사건들은 잠시 접어두고서, 사무총장이나 고위직이 출장을 갈 때 일등석을 타고 다녔다는 기사에서 저는 분노가 일었습니다. 후원자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돈으로 그렇게 출장을 다닌다는게 저는 상상도 되지 않네요. 차라리 실무직원들의 월급을 올렸다고 한다면 그래도 이해는 할 수 있으련만...

 그래서 한 때는 월드비전 같은 직접 후원을 고려하기도 했는데요. 1:1로 매칭되는 방식이 좀 더 부담이 될 것 같아서 그건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크리스마스같은 시즌마다 선물을 보내주고 편지도 보내줘야 하는게 저에게는 부담이 되어서요. 지금처럼 이 방식을 좀 더 유지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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