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원문은 이글루스에 2022-11-10 21:10:55 작성되었습니다]

 포스팅 제목이 무슨 독후감같이 되어버렸네요. 며칠 전 있었던 개기월식을 보면서 몇년전 이 책을 읽고 났을 때의 느낌,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몇해 전 같은 회사에서 퇴직하시 분은 가끔 천문학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분의 책상에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꽂혀 있었죠.

 저도 우연한 기회에 코스모스를 접할 기회가 있어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흔히 과학도서로 분류되고 청소년 추천도서로 소개되고 있는데요. 제 느낌은 청소년이 읽기에는 과학적인 내용이 너무 깊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성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과학도서라기 보다는 인문학이나 철학 서적같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과학적인 지식이 사뭇 딱딱할 수도 있고 지루할 수도 있는데요. 저는 그냥 아는 수준까지만 읽고 넘어가면서 보았습니다. 이해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었어요. 하지만 과학적 내용에 곁들여 놓은 천문학 거장의 글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들은 흔히 몇만광년 떨어져 있다 이렇게 표현을 하잖아요. 빛이 1년동안 가는 거리를 1광년이라고 하는데 그 빛이 만년을 달려가는 거리라니 상상도 안 됩니다. 지금 내눈에 반짝이는 빛이 몇만년 전에 저 별이 뿜어낸 빛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몇만년이 지난 지금 저 별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나는 알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의 서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공간의 광막함과 시간의 영겁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앤과 공유할 수 있었음은 나에게는 하나의 기쁨이었다


 앤은 칼세이건의 아내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냥 아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내용인가보다 생각했죠. 책을 다 읽고 다시 서문을 읽었을 때는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의 평생 연구업적과 인생을 압축한 문구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몇만광년 떨어진 별들이라는 것, 이 우주가 인간이 상상할 수 없을만큼 넓다는 사실, 저렇게 흰색으로 빛을 내는 별, 태양은 거기에 비하면 누르스름한 빛을 내는 항성이라는 점, 저 흰별에서는 태양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거죠. 그 보잘것 없는 태양계의 작은 행성인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우주의 역사 아니 지구의 역사에서도 한 사람의 삶이란 작은 점 조차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나 또한 자연스레 고개가 숙여지고 겸손해지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직장 선배님의 말씀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주변에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있어요. 다들 과학책 아니냐며 머리 아프다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읽었던 방식대로 과학적 지식은 이해되는데 까지만 보시고 인문학적 내용을 음미해 보시라고 이야기를 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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