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푸른 점 : 태양계 끝에서 바라본 지구

[원문은 이글루스에 2022-12-12 23:00:29 작성되었습니다]

 보이저 1호는 1977년 9월 5일 발사된 나사 NASA의 우주탐사선입니다. 쌍둥이 탐사선인 보이저 2호는 그보다 빠른 1977년 8월 20일에 발사되었습니다. 보이저 계획에 따라 발사된 두 탐사선은 외태양계 탐사 임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탐사에 성공하였습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보아왔던 목성과 토성 그리고 그 위성들의 사진은 대부분 보이저 1,2호가 지구로 보내온 것이라고 합니다.

 보이저 계획은 원래는 토성까지만 탐사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탐사선의 성능이 너무 좋았던지(?) 탐사는 계속진행되었고 현재는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우주를 탐험하고 있습니다.


 칼세이건은 보이저1호가 토성을 지나간 시점에 카메라를 지구 방향으로 되돌려 지구의 사진을 찍을 것을 제안했습니다. 나사에서는 반대를 했죠. 태양 광선에 의해 카메라 렌즈가 손상될 우려가 있었고, 자칫 방향조절 장치가 고장이 나서 카메라를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칼세이건의 설득에 결국 나사도 지구의 사진을 한번 찍어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카메라 렌즈에 잡힌 지구의 모습을 칼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 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1990년 2월 명왕성을 지나 태양계 외곽에 도달한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찍은 사진에서 3개의 광선 중 가장 오른쪽 광선 빛 안에 가운데쯤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별이 바로 지구입니다.


 칼 세이건은 자신의 저서 창백한 푸른 점에서 아래와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시 이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 집, 우리 자신인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소문으로 들었던 사람, 그 모든 사람은 그 위에 있거나 또는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기쁨과 슬픔, 숭상되는 수천의 종교, 이데올로로기, 경제이론, 사냥꾼과 약탈자, 영웅과 겁쟁이,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민, 서로 사랑하는 남녀, 어머니와 아버지, 앞날이 촉망되는 아이들, 발명가와 개척자, 윤리 도덕의 교사들, 부패한 정치가들, 슈퍼스타, 초인적 지도자, 성자와 죄인 등 인류의 역사에서 그 모든 것의 총합이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천체에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광대한 우주의 무대 속에서 하나의 극히 작은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조그만 점의 한 구석의 일시적 지배자가 되려고 장군이나 황제들이 흐르게 했던 유혈의 강을 생각해 보라. 또 이 점의 어느 한 구석의 주민들이 거의 구별할 수 없는 다른 한 구석의 주민들에게 자행했던 무수한 잔인한 행위들, 그들은 얼마나 빈번하게 오해를 했고, 서로를 죽이려고 얼마나 날뛰고, 얼마나 지독하게 서로 미워했던가 생각해 보라.


 지구는 우주의 어둠 속에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에 불과하다고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가진 자부심의 어리석음을 알려주는 데 이 사진 이상 가는 것은 없다고 표현하였습니다. 저는 유튜브에서 처음으로 이런 내용을 읽어주는 영상을 접하고 사진을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진이었습니다.

 다른 별도 아니고 태양계 끝자락에서 보아도 겨우 저렇게 밖에 보이지 않다니. 너무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적당히 즐길 것은 즐기며 살자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어요. 시간이 좀 지나니 그새 그 느낌을 까먹었나봐요. 생각만 그렇게 하고 다시 예전처럼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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