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커피는 없다

[원문은 이글루스에 2022-11-24 20:36:05 작성되었습니다]

 얼마 전 강릉에 가게 되어 박이추 선생님이 운영하는 보헤미안커피에 들리게 되었습니다. 한국 바리스타 1세대라는 타이틀로 유명하신 분이라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많이 들어본 곳이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저는 이곳에 들른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일이었어요.

 원두를 선택하면 선생님이 직접 나와서 커피를 내려주시고, 그 모습을 마음껏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하더군요. 카페의 외관은 그냥 여느 상가같아서 특별할 것은 없었습니다. 내부도 평범했습니다. 그러나 커피 하나만을 생각하며 그 분야에 대가가 되신 분이 운영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뭔가 달리 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내부에 커피와 관련된 여러 소품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 전단지, 안내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선생님의 생각을 담은 글이 있었습니다. <a cup of Coffee>라는 제목이 적힌 글이었습니다.

맛있다 맛없다는 손님측의 판단 기준에 맡길 수밖에 없다.

어떤 문장을 빌리면 커피는 우유를 넣으면 다른 음료가 된다. 우유와 설탕을 넣어 마시면 100년을 마신다 해도 커피의 맛을 알 수 없다. 그러나 우유를 넣은 커피 맛을 좋아한다면 어떤 주저함도 필요하지 않다. 당당하게 넣는 편이 좋다.

커피는 어디까지나 기호품이기 때문에 자신이 마시고 맛있다고 생각하는 법으로 마시면 된다.

 어떤 사람은 커피를 좋다 나쁘다로 평가합니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도 스타*스 커피가 최고이고 나머지는 다 저급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군요. 박이추 선생님 생각처럼 커피는 기호식품입니다.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수가 없겠죠. 내가 좋아한다, 싫어한다는 있을 수 있겠지만요.

 저는 사실 스타*스 커피는 너무 탄맛이 강해서 크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커피에 신맛을 좋아하는 사람, 과일향을 좋아하는 사람, 쓴맛을 좋아하는 사람 등등 다양하죠. 원두의 특성에서 오는 이런 다양한 맛에 좋다 나쁘다가 있을 수 있을까요?

 오늘 하루 커피를 많이 마신 날은 디카페인 음료를 마실 수도 있고, 오늘은 늦게까지 야근을 해야하면 묵직한 아메리카노 샷추가를 할 수도 있고, 식사를 제대로 못했다면 우유가 들어간 카페라떼를 먹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음료를 시키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제가 바리스타자격증을 공부할 때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나네요. 선생님은 처음에 프랜차이즈 커피매장에서 근무를 하셨는데 어떤 외국인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더니 거기에 계피가루를 듬뿍 넣어서 테이크아웃을 하더랍니다. 따뜻한 음료도 아닌 아이스 음료, 그것도 카푸치노같은 음료도 아닌 아메리카노라니. 우리의 일반적인 문화에서는 이해가 잘 안 되는 것이지만 그건 그 사람의 취향이니까요. (제 생각에는 중동이나 인도 쪽 향신료를 좋아하는 국가의 사람이 아니었을까 추측하고 있습니다만..)

 저희 부모님은 항상 커피믹스를 드십니다. 그것도 맥* 모카골드 있잖아요. 그것만 좋아하세요. 프렌*카페는 너무 싱거워서 싫다하시고, 다른 커피믹스는 맥* 만 못하다고 하십니다. 한때 저도 고급 커피 좀 드시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부모님의 생각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너무 거창한 내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커피처럼 세상의 모든 일을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다양한 문화, 생각, 상대방을 더 이해할 수 있을 않을까 생각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