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계] 상옥추제(上屋抽梯), 지붕으로 유인하고 사다리를 치우다

병전계(幷戰計), 제28계, 상옥추제


 지붕 위로 올라가게 한 뒤에 사다리를 치워 버린다는 말로, 적을 유인하여 사지에 빠뜨리거나 곤경에 처하게 함으로써 주도권을 잡는 방법입니다. 36계 가운데 28번째 계책이며 병전계에 속합니다. 고의로 아군의 약점을 노출시켜 적을 아군 깊숙한 곳까지 유인한 뒤 지원 부대와 단절시켜 공격하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상옥추제의 유래


첫번째 일화, 유기의 간청

 후한 말기, 유표에게는 2명의 아들이 있었습니다. 첫째 유기는 전처의 소생이고 둘째 유종은 후처의 소생이었습니다. 유표는 후처의 말을 듣고 작은 아들 유종을 사랑하였고 유기는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유기는 제갈량에게 자신의 안전을 도모할 방법을 상의하려 하였으나 제갈량은 사적인 일에는 끼어들고 싶지 않다며 거절하였습니다. 어느날, 유기는 제갈량을 데리고 후원을 거닐다가 함께 높은 누각에 올라 연회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상옥추제(上屋抽梯), 지붕으로 유인하고 사다리를 치우다
상옥추제(上屋抽梯), 지붕으로 유인하고 사다리를 치우다


 순간 사다리를 치우도록 하고 기회를 틈타 제갈량에게 자신이 살 방법을 알려달라 간청하였습니다. “위로는 하늘에 닿지 않고 아래로는 땅에 닿지 않으니, 당신의 입에서 나와 내 귀로 들어올 것입니다.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제갈량이 대답하기를, “당신은 신생이 나라 안에 있다가 위험하게 되었고, 중이가 나라 밖에 있어 안전하게 된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라고 하였습니다.

 신생은 춘추시대 진나라 헌공의 장자로, 후계자 계승으로 내분이 일자 자결하였습니다. 중이는 신생의 동생으로 적나라로 망명하였습니다. 유기는 제갈량의 말을 깨닫고 수도 밖으로 나갈 계획을 은밀히 세웠습니다. 마침 강하 태수 황조가 죽었기에 밖으로 나가 강하 태수가 되었습니다.


두번째 일화, 제갈량과 사마의

 223년, 제갈량은 유비의 유언을 받들어 유선을 보좌하면서 조조를 정벌하여 한나라를 복원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모두 6번의 북벌 전쟁을 벌였는데 다섯 번째 전쟁에서 있었던 일화입니다.

 231년, 제갈량은 촉한대군을 이끌고 기산에서 위나라 사마의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전투에서 위나라는 크게 패하였고, 촉나라도 손실을 입어 비축해 놓은 식량이 떨어져가고 있었습니다. 식량 운송을 책임지던 이엄은 담이 작은 인물이었습니다. 며칠동안 내린 큰비 때문에 식량을 잃을까 두려워 제갈량에게 거짓으로 유선이 성도로 돌아오라고 명했다고 알렸습니다.

 제갈량은 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철수를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무작정 철수한다면 사마의가 추격해올 것이 분명하였고 안전하게 철수하기 위해 사마의를 유인하여 전쟁을 치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한편, 사마의는 제갈량이 추격을 멈추고 철수 준비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의심을 하였습니다. 직접 촉의 진영으로 정찰을 나가 진의를 확인한 후에 장합과 1만 병사를 보내 제갈량을 추격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3만 병사를 이끌고 뒤따랐습니다. 사마의는 장합에게 촉군이 비록 철수하고 있지만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으니 경솔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였습니다.

 장합은 촉군을 뒤쫓다가 맨처음 위연과 마주쳤습니다. 위연은 일부러 적에게 밀린 척하며 후퇴하였습니다. 장합은 위연을 추격하였으나 산기슭에서 위연을 놓쳤습니다. 사방을 살폈으나 적군이 잠복한 흔적은 없었습니다.

 이때 왕평이 이끄는 촉나라 병사의 함성이 들렸습니다. 장합은 왕평을 뒤쫓아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숲 속에서 위연이 말을 몰고 나타났습니다. 위연과 왕평은 서로 번갈아 장합을 교란시키며 계곡 깊숙이 유인하였습니다.

 위연은 계곡으로 통하는 좁은 길목을 막았고 이 사실을 모르는 장합은 급히 그 길목으로 들어섰습니다. 요란한 대포 소리와 함께 산에서 불길이 솟았습니다. 장합은 비로소 자신이 속았음을 깨닫고 계곡에서 벗어나려 했습니다. 하지만 계곡 위에서 나무와 거대한 돌들이 굴러 내려와 계곡 입구를 완전히 막아 버렸습니다. 이때 위연의 군사들은 장합의 무리에게 활을 쏘아댔고 장합은 피할 틈도 없이 화살에 맞아 죽었습니다.


상옥추제의 결론


 상옥추제는 2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앞서 사례와 같이 적군을 아군 깊숙이 유인한 후 길을 차단하여 섬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적군이 스스로 퇴로를 차단하여 강을 등지고 필사적으로 전쟁에 임하는 것입니다. 배수진(背水陣)이나 파부침주(破釜沈舟) 같은 일을 비유하기도 합니다.

 앞선 의미의 전략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군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게 해야 합니다. 이때 적군이 미끼를 잘 볼 수 있도록 해놓아야 합니다. 적은 승리에 눈이 어두워져 있기에 아군의 상황이 파국인 것처럼 가장해서 노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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