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계] 조호이산(調虎離山), 호랑이를 유인해 산을 떠나게 하다

공전계(攻戰計), 제15계, 조호이산


 조호이산은 거짓으로 유인하여 적이 유리한 곳에서 벗어나게 한 후 힘을 약화시켜 공격하는 전략입니다. '호랑이를 유인하여 산을 떠나게 한다'는 뜻으로 36계 중 15번째 계책이자 공전계에 속하는 계책입니다.


조호이산의 유래


 주나라 제후 정무공은 부하의 딸 강씨를 아내로 맞았습니다. 강씨는 큰 아들 오생과 둘째 아들 단을 낳았습니다. 강씨는 난산으로 고생했던 오생을 미워했고, 외모가 출중하고 영민한 둘째 아들 단을 총애하였습니다.

 강씨는 둘째 아들이 왕위를 계승할 수 있도록 갖가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정무공은 장자를 계승자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더욱이 오생이 잘못한 일도 없으니 단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오생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단을 작은 공성으로 보내어 가신으로 삼았습니다.

 정무공이 죽은 후 오생이 왕위를 계승하여 정장공이 되고 강씨는 태후가 되었습니다. 태후는 자신이 총애하는 단이 작은 성지만 물려받자 매우 불쾌해 하며 장공에게 불만을 토로하였습니다. 그리고 단에게 제읍같이 큰 성을 주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제읍은 전략 요충지로 그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장공이 제읍을 제외한 어떤 곳이든 주겠다고 하자 태후는 경성을 주라고 하였습니다.

 장공이 망설이자 태후는 매우 화를 냈고 장공은 경성을 단에게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의 충신인 제족은 장공을 말렸습니다. 정치적 군사적 가치가 도성과 다를 바 없는 경성을 줘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장공은 태후의 뜻이라며 그의 의견을 묵살하였습니다.

조호이산(調虎離山), 호랑이를 유인해 산을 떠나게 하다
조호이산(調虎離山), 호랑이를 유인해 산을 떠나게 하다 (픽사베이)


 단은 경성으로 떠나기 전 태후를 만났습니다. 태후는 경성에 가서 군대를 훈련시키고 경계심을 늦추지 말라고 조언하였습니다. 자신이 단을 도와 장공을 밀어내고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돕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단은 경성에 속하는 성주들에게 세금을 납부하게 하고 군사 통솔권도 넘겨받았습니다. 태후의 총애를 받는 아들이기에 성주들은 그의 말에 순순히 따랐습니다. 그의 세력이 확장되자 누군가 이러한 사실을 장공에서 알렸고, 신하 중 공자려라는 인물이 단을 죽여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장공은 단이 태후의 아들이자 자신의 동생이므로 땅을 좀 나눠줬다고 해서 아까울 것이 없다고 말하며 가족 간에 이간질을 하지 말라며 그의 말을 막았습니다.

 제족의 조언에 따라 공자려는 왕에게 독대를 요청하였고, 그 자리에서 장공은 자신의 마음을 밝혔습니다. 여러 가지를 고민해 보았으나 단에게 역모를 의심할만한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를 처단한다면 태후가 분명 화를 낼 것이며 사람들도 자신을 무정한 왕이라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공자려는 장공이 황제를 알현하러 가는 척하면 단이 분명 군대를 이끌고 성밖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자신이 경성 밖에서 매복하고 있다가 경성을 습격할테니 장공은 군사를 이끌고 왕궁으로 돌아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럼 단은 독 안에 든 쥐처럼 도망갈 곳이 없게 된다며 계책을 설명하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장공은 제족을 불러 황제를 알현하고 올 것이니 그동안 국정을 대리하도록 명하였습니다. 태후는 기회가 왔다고 여겨 단에게 공격할 준비를 하라는 서신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공자려가 이를 미리 알아채고 서신을 전달하려는 사람을 죽여버렸습니다.

 태후의 서신은 장공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장공은 가짜 서신을 작성해 태후가 쓴 것처럼 위장해 단에게 보냈습니다. 단이 보낸 답신에는 태후가 성문에서 백기를 드는 것을 신호로 공격하겠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장공은 이에 단이 본심을 드러냈다며 기뻐했습니다.

 단공이 황제를 만나러 떠나자 위나라에서 군대를 빌린 단은 경성을 떠나 수도로 가고 있었습니다. 이때 공자려는 경성을 점거하고 온 백성에게 단의 음모를 알렸습니다. 경성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단은 크게 놀라 군사를 돌릴 것을 명령했으나 군사들은 우왕좌왕하고 있었습니다. 공자려가 퍼트린 단의 역모에 관한 소문이 퍼져 하루 사이에 군대가 반이나 도망가 버렸습니다. 단은 나머지 군사를 데리고 언읍으로 도망가 재기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장공은 이미 그 뜻을 간파하고 언읍을 공격하였습니다. 단은 어쩔 수 없이 아버지에게 받은 공성으로 철수하려 하였으나 장공과 공자려가 추격해 오자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었습니다. 단은 형을 볼 면목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단이 죽은 후 장공은 제족을 시켜 태후와 단이 주고받은 서신들을 태후에게 돌려주었고 태후는 장공을 대할 면목이 없어 스스로 궁을 떠났다고 합니다.


조호이산의 결론


 적이 이미 유리한 지세를 차지하고 있고 응전할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경우에는 적을 진지에서 끌어내야 합니다. 아군의 작은 이익을 버림으로써 적을 유인하여 견고한 요새에서 나오도록 한 뒤 그 약해진 틈을 공략하여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원래 호랑이를 잡을 때는 산에서 내려오게 하여 평원으로 유인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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