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계] 차시환혼(借尸還魂), 주검을 빌려 영혼을 되돌리다

공전계(攻戰計), 제14계, 차시환혼


 다른 사람의 주검을 빌려 나의 혼을 되돌린다는 뜻으로 가능한 모든 것을 동원하여 자신의 뜻을 이루는 데 사용하는 전략입니다. 공전계에 속하는 14번째 전략입니다. 위기에 처했을 때는 상식을 넘어서는 방법이라도 가리지 않고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차시환혼의 유래


첫 번째 일화, 도사의 환생

 중국의 신선 중 하나인 철괴리는 원래 이현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용모가 빼어났으며, 선도에 심취해 태상노군을 스승으로 섬겼습니다. 어느날 그의 영혼이 육체에서 나와 스승인 태상노군과 유람을 떠났습니다.

 이현은 제자에게 이르기를 자신의 몸에서 한발자국도 떠나지 말고 잘 지키고 있으라고 전했습니다. 7일 후에 자신의 혼이 돌아오지 않으면 이미 신이 된 것이니 그때는 자신의 시신을 불태우라고 하였습니다.

 이현의 제자는 시신을 떠나지 않고 밤낮으로 지켰습니다. 그러나 6일째 되던 날 제자는 모친이 위독하니 임종을 지키기 위해 당장 집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자는 매우 난감하였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면 스승의 시신을 지킬 사람이 없게 되며 돌아가지 않는다면 불효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차시환혼, 주검을 빌려 영혼을 되돌리다
36계 차시환혼


 그의 가족들은 어머니보다 스승이 더 중요하냐며 스승의 혼이 돌아온다 해도 이미 썩어들어가는 몸으로 다시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자는 스승의 시신을 불태우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7일째에 스승 이현의 혼이 돌아왔으나 자신의 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현의 혼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게 되었는데, 어느날 길위에 있는 거지의 시체를 보았습니다. 모든 운명은 정해져 있다는 스승의 말을 떠올리고 거지의 몸으로 들어갔습니다. 이현은 지팡이에 의지해 절뚝거리며 걷는 거지가 된 것입니다.

 만약 지상으로 돌아온 이현이 자신의 우아한 옛날 육체만 고집하고 새로운 육신을 거부했다면 영원히 인간으로 환생하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 고사는 새로운 현실을 거부하고 지나간 시절만 생각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없다는 깨달음을 줍니다.


두번째 일화, 이름을 빌리다

 진시황이 죽은 후 그의 아들 호현이 형인 부소로부터 왕의 자리를 강탈하였습니다. 현명한 부소는 늘 황제의 정사에 충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황제는 이를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였고 부소를 변방으로 보낸 뒤 살해하였습니다. 백성들은 부소가 매우 어질고 현명하다는 소문을 듣고 그가 황제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진나라가 6국을 멸한 뒤 사람들은 부소가 강회로 피난갔다고 말하였습니다.

 당시 초나라 무사 항연이 군대를 이끌고 여러 차례 싸움에 나가 공을 세웠습니다. 병사들을 아끼고 사랑하여 백성들은 그를 매우 좋아하였습니다.

 기원전 209년, 진승과 오광을 포함한 9백명의 사람들이 변방 요새에 소집되었습니다. 그들은 길에서 큰 비를 만나 어쩔 수 없이 며칠동안 절에서 잠시 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진나라의 법에 의하면 기한 내에 도착하지 않은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에 초조함을 느낀 진승이 오광에게 말하기를, “어차피 여기서 살아나가지 못할 것이니 진나라를 상대로 한번 싸워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많은 백성들이 진나라의 가혹한 정치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 우리가 왕자 부소와 초나라 장군 항연의 이름을 빌려 진나라에 대항한다면 사방에서 모두가 들고 일어날 것이다.”

 진승과 오공은 무리를 이끌던 장군을 죽였습니다. 그들은 9백명의 병사를 이끌고 왕자와 초나라 장군의 이름을 빌어 진나라에 궐기를 일으켰습니다. 탐관오리를 죽이고 학정을 저지하였습니다. 백성들이 그들을 따르자 6국의 귀족과 관리, 장군들도 모두 일어나게 되었고 결국 진나라 왕조는 멸망하게 되었습니다.


차시환혼의 결론


 이 전략은 차도살인과 가도벌괵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전략입니다. 차도살인은 주도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전략이고, 가도벌괵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얻어 자신의 목표에 이르는 전략입니다. 이 전략은 절망과 위기의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두 전략과는 차이점입니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현명한 사람은 모든 기회를 이용해 결국 다른 사람을 설득해 자신을 돕게 만들 수 있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