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계] 순수견양(順手牽羊), 손에 잡히는 대로 양을 끌고 가다

적전계(敵戰計), 제12계, 순수견양


 36계중 제12계에 해당하는 전략으로 원래는 기회를 틈타 남의 양을 훔쳐 끌고 간다는 뜻입니다. 적전계에 속하는 전략으로 아군과 적의 세력이 대등한 경우에 사용하는 계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적이 드러낸 허점이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반드시 이용하고 작은 이익이라도 얻으며 승리하는 전략입니다. 아군에게 유리한 점은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반드시 때를 놓치지 않고 쟁취하여야 합니다.


순수견양의 유래


첫번째 일화, 사석의 전략

 4세기 때 전진(前秦)의 황제 부견은 동진(東晉)을 정복하기 위하여 90만 대군을 징집하였습니다. 부견은 동생인 부융을 선봉대로 보내 수양을 점령하였습니다. 부융은 동진의 병력이 적고 군량도 부족한 사실을 파악하고 부견에게 빨리 공격할 것을 건의하였습니다.

 부견은 90만 대군이 모두 집결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수천명의 기병만 이끌고 수양에 도착하였습니다. 동진의 장군 사석은 전진의 대군이 모이지 않은 틈을 타서 적의 선봉을 공격하여 격퇴하였습니다. 이후 동진과 전진은 비수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게 되었습니다.

 사석은 속전속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교만한 부견을 자극하였습니다. 물을 사이에 두고 싸우기 불편하니 조금만 병력을 후퇴시키면 물을 건너가 싸우겠다고 전하였습니다. 부견은 동진의 군대가 물을 건널 때 기습할 요량으로 군대를 후퇴시켰습니다.

순수견양, 적이 드러낸 작은 허점을 이용하여 이익을 얻으며 승리하는 전략
순수견양, 적이 드러낸 작은 허점을 이용하여 이익을 얻으며 승리하는 전략


 그런데 그 이유를 모르는 전진의 병사들은 동진에 패하여 후퇴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서로 먼저 도망치려다 그만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동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비수를 건너 공격하였고 부견은 전투 중에 화살을 맞아 부상을 입고 겨우 10만 병사만 이끌고 장안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전투를 비수전투라고 하는데 이때 동진이 사용한 병법이 순수견양의 예로 볼 수 있습니다. 고대 전쟁사에서 열세의 병력으로 강대한 적을 상대하여 승리한 전례의 하나로 꼽힙니다.


두번째 일화, 최저의 복수

 최저는 장공이 제나라 왕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재상이 되었습니다. 최저와 제장공은 자주 만나 함께 술을 마셨고, 최저는 장공을 한 가족처럼 대하였습니다. 어느날, 제장공은 최저가 집을 비운 사이 술을 마시고 그의 아내 당강을 범하였습니다. 그후 제장공과 당강은 자주 만나 정을 통하였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최저가 당강을 질책하자 일개 부녀자가 국왕의 노여움을 살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음을 알았지만 최저가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왕이 최저를 해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이 이렇게 된 바에야 당강을 탓할 수만은 없었던 최저는 제장공이 아내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조심하면서 국왕을 죽일 계획을 세웠습니다.

 한편 제장공에게는 가거라는 부하가 있었습니다. 가거는 작은 실수를 저지르고 무거운 벌을 받은 적이 있었기에 제장공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최저는 거금으로 그를 매수하여 왕을 몰래 정탐하도록 하였습니다.

 어느날, 거나라 왕 려비공이 제나라를 방문하였습니다. 제장공은 기뻐하며 최저의 집 근처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연회를 준비하였습니다. 최저는 제장공이 자신의 집 근처에서 연회를 여는 이유가 다른데 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거짓으로 병이 난 것처럼 꾸몄습니다. 그는 가거를 보내 제장공을 감시하였고, 가거는 제장공이 연회가 끝난 후 최저를 찾아올 것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최저는 왕의 진짜 목적이 자신의 아내를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최저는 그날 밤 왕을 제거하기로 결심하고 아내 당강에게도 자신을 따를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당강이 그의 말에 따르기로 하자 최저는 군사를 자신의 방에 숨어있게 한 후 가거에게 모든 계획을 알렸습니다.

 늘 당강을 그리워하며 만날 기회를 노리던 제장공은 연회가 끝나자 황급히 최저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최저의 병문안을 하려 하였으나 문지기는 병세가 심하여 약을 먹고 잠들었다고 고했습니다.

 제장공은 기뻐하며 당강의 방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가거는 호위병들에게 왕이 하려는 일을 모른척 하라며 그들이 따라가지 못하게 저지하였습니다. 제장공이 방으로 들어오자 당강은 제장공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때 하녀가 당강에게 최저가 목이 말라 꿀물을 달라고 한다며 전했습니다. 당강은 제장공에게 곧 돌아올 것이니 기다리라고 말하였습니다.

 제장공이 방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때 밖에서 병사들의 함성이 들렸습니다. 그는 뒷문으로 도망치려다 문이 잠긴 것을 알고 담을 넘으려고 하였습니다. 사방을 포위한 병사들은 간통한 자를 잡으라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제장공은 출구를 찾지 못해 창을 뚫고 나가 담을 타고 도망치려 하였으나, 다리에 활을 맞고 땅에 떨어져 병사들에게 밟혀 죽었다고 합니다.


순수견양의 결론


 이 전략 아무리 작은 기회라도 그냥 넘겨서는 안 되며,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 한시라도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위의 사례에서 최저는 제장공이 자신의 아내를 좋아한다는 약점을 이용하여 그에게 원수를 갚고 정치적으로도 이익을 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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