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계]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을 친다고 소리친 후 서쪽을 치다

승전계(勝戰計), 제6계, 성동격서


 동쪽에서 함성을 지르고 서쪽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 후 기습하는 것인데, 교묘한 술책으로 적을 교란시켜 공격하는 전략입니다. 전쟁사를 살펴보면 이런 전략을 사용해 승리를 거둔 경우가 꽤 많이 있습니다. 승전계의 마지막이자 36계의 제6번째 전략입니다.


성동격서의 유래


첫번째 일화, 기습공격

 중국 한나라의 유방과 초나라의 항우가 서로 싸우던 중 위나라의 왕인 표가 항우에게 항복하였습니다. 유방은 항우와 표가 양쪽에서 쳐들어오는 위기에 처하자 한신에게 적을 공격하게 하였습니다.

 표는 백직을 대장으로 하여 황하강의 동쪽 포판에 진을 치고 한나라 군대가 강을 건너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한신은 포판을 쳐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병사들에게는 낮에는 큰 소리로 훈련하도록 하고 밤에는 불을 밝혀 적극적으로 공격할 것처럼 위장하였습니다.

 백직은 이 모습을 보고 한나라 군대가 어리석다며 비웃었습니다. 한신은 비밀리에 한나라 군대를 이끌고 포판의 북쪽에 있는 하양에 다다랐고 뗏목으로 황하강을 건넜습니다. 매우 빠르게 전진하여 위나라 왕 표의 후방 근거지인 안이를 점령하였습니다. 이에 표는 서둘러 군대를 돌렸으나 포판에 있던 부대는 전력이 약해져 대패하였고 자신마저 한나라에 사로잡혔습니다.

초나라 항우. 위키커먼스
초나라 항우. 위키커먼스


두번째 일화, 유방과 항우

 기원전 206년, 유방과 항우는 병력을 분산하여 함양을 공격하였습니다. 초나라의 회왕은 둘 중 누구든 먼저 관중에 도착한 사람이 패왕이 된다고 말하였습니다. 유방이 먼저 관중에 들어왔으나 항우는 힘으로 유방을 물리치고 패왕이 되었습니다.

 패왕이 된 항우는 유방을 한중왕으로 명하였습니다. 항우의 신하 중 범증은 유방을 경계하여 죽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는 항우에게 유방을 함양에 감금하여 관중에 오지 못하게 할 것을 건의하였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유방은 도망칠 결심을 하고 장량과 진평에게 계책을 물었습니다. 진평은 항우를 배알하여 범증을 초나라에 보내어 회왕이 빈주로 옮겨갈 것을 권유하도록 하자고 말했습니다. 초나라로 떠나기 전 범증은 항우에게 유방을 한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라고 당부하였습니다.

한나라 유방. 나무위키
한나라 유방. 나무위키


 범증이 떠난 후 진평은 항우에게 국가 재정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 제후들을 그들의 땅으로 돌려보낼 것을 건의하였습니다. 이에 항우는 유방을 제외한 제후들을 각자의 땅으로 돌아가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유방은 고향에 가서 늙은 부모님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장량은 절대로 유방을 고향으로 보내서는 안 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는 유방을 한중으로 보내고 그의 부모를 관중으로 데려와 인질로 삼자고 건의하였습니다. 진평 또한 유방을 한중왕으로 명한 이상 한중으로 보내지 않을 명분이 없다며 부모를 인질로 삼으면 반란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항우는 한참 생각에 잠긴 후 유방에게 한중으로 떠나라고 명하였습니다. 유방은 속으로는 기뻤으나 슬픔에 잠긴 얼굴로 고향으로 보내줄 것을 간청하였습니다. 항우는 위로하며 가족을 잘 보살필 것이니 한중에 정착하게 되면 나중에 가족을 데리고 가라고 일렀습니다. 유방은 항우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진영으로 돌아와 모든 병사를 이끌고 한중으로 돌아갔습니다.

 유방은 항우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한중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의 계획을 그대로 밝혔다면 항우의 의심을 샀을 것입니다. 더욱이 범증은 여러 차례 항우에게 유방을 한중으로 돌려 보내지 말 것을 건의하였습니다.

 그래서 유방, 장량, 진평은 범증이 없는 틈에 계략을 세워 고향으로 가고 싶다는 거짓을 고했고 항우는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유방을 한중으로 보내고 말았습니다. 결국 8년 후 유방은 중국의 황제가 되었습니다.


세번째 일화, 실패사례

 전한 경제(前漢景帝) 때, 오나라와 초나라를 포함한 일곱 나라가 연합하여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한나라 장군 주아부는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하여, 성을 쌓아 오나라 군대가 북쪽으로 올라오는 길을 막았습니다. 오나라 군대는 식량 공급선이 끊겨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오나라 군사는 전열을 가다듬고 성의 동남쪽을 공격해 왔습니다. 주아부는 당황하지 않고, 서쪽 수비를 더욱 강화하도록 명령하였습니다. 주아부의 예상대로 오나라는 주력부대를 서북쪽으로 보내 공격을 시도하였습니다. 한나라 군이 충분한 준비로 철저한 수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오나라는 성을 돌파하지 못하고 결국 후퇴하였습니다. 주아부는 이들을 추격하여 오나라 군대를 크게 무찔렀습니다.


성동격서의 결론


 적의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전략으로 전시에 매우 자주 쓰이는 전략입니다. 적군의 주의력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 허술한 틈을 타 공격하면 쉽게 승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전략을 사용하는 사람은 흔히 자신의 거짓 속내를 퍼뜨립니다. 적군은 거짓 정보를 믿고 자신의 모든 힘을 잘못된 곳에 쏟아붓게 됩니다. 이때 진짜 계획을 진행하면 적군이 속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리기에 너무 늦게 됩니다.

 여러 병법서에서 성동격서를 중요한 전술로 소개하고 있지만 주의해야할 점은 이 전술이 모든 전쟁을 승리로 이끼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잘못 사용하면(상대방이 속지 않게 되면) 오히려 적으로부터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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