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계] 타초경사(打草驚蛇), 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하다

공전계(攻戰計), 제13계, 타초경사


 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별 생각없이 한 행동이 의외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의미입니다. 36계중 제13계이며 공전계에 속하는 전략입니다. 한 사람에게 경고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교훈을 준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적의 정황을 정확히 판단하여 예측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때 적을 자극하여 승리로 이끄는 전략입니다.


타초경사의 유래


 당나라 때, 지방의 탐관오리 왕로가 온갖 명목으로 세금을 거둬들여 사리사욕을 채우자, 견디다 못한 백성들이 일부러 그에게 그 부하들의 부정부패 사실을 일일이 열거해 고발장을 올렸습니다. 고발장을 읽어보던 왕로는 깜짝 놀라며 “여수타초 오이경사(汝雖打草 吾已驚蛇, 너희들은 풀밭을 건드렸을 뿐이지만 나는 놀란 뱀과 같다)”라는 글귀를 적어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고 합니다.

 백성들이 자기 부하들의 비리를 고발한 것은 우회적으로 자신의 비리를 고발하는 것이라 여겨 지레 겁을 먹은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부하를 징계해서 왕로를 각성하게 하려던 백성들의 의도는 달성되었다고 합니다.


첫번째 일화, 조카의 지혜

 15살쯤 된 사내아이가 부모가 죽은 후 숙부에게 맡겨졌습니다. 어느날 그는 수심에 가득 찬 숙부를 보고 그 연유를 물었습니다. 숙부는 후손이 없어 걱정이라며 첩이라도 들여 대를 잇고 싶지만 아내가 허락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좋은 방법이 있다며 자신에게 맡겨 달라고 하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이는 자를 들고 집 대문의 크기를 재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숙모가 무엇을 하느냐고 묻자 아이는 땅의 크기를 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갑자기 왜 땅의 크기를 재느냐고 하자 아이는 놀랍게도 아들이 없는 숙부와 숙모가 죽으면 자신이 이 집을 물려받아야 하니까 그때 내부 공사를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난 숙모는 숙부에게 당장 첩을 들여 아들을 낳으라고 했습니다.

타초경사, 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하다
타초경사, 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하다 (픽사베이)


두번째 일화, 한발능의 타초경사

 중국 5호16국시대였던 523년, 북위 옥야진(국경을 수비하는 6진 중의 하나)의 병사들이 상관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한발능의 지도하에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다음해 북위군과 반란군은 오원에서 교전을 벌였습니다. 북위군이 산을 장악하자 반란군은 평원에서 위기에 처했습니다. 한발능은 그들이 매우 위험한 상황임을 알고 있었지만 반드시 적의 상황을 파악한 후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적진에 정찰대를 보내며 북위군을 발견하면 공중에 화살을 쏘아 알리라고 일렀습니다. 정찰대는 좌우로 한 개씩의 화살을 쏘아 올렸습니다. 한발능은 북위군의 주력부대가 좌우에 나누어 잠복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한발능은 군대를 3개로 나누고 그 중 두 부대는 산을 에워싸고 숨어 있게 하고 나머지 한 부대는 자신이 직접 인솔하여 후퇴하는 척 하였습니다. 북위군은 반란군이 후퇴하는 것을 보고 산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이때 한발능은 산 밑에 주둔했던 부대로 북위군을 포위하여 대승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양군은 무성한 풀 숲에서 또다시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한발능은 이상한 기미를 감지하고 양쪽의 풀숲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는 오른편 나무 위 하늘에 한무리의 새들이 날아다니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 곳에 북위군이 있음을 직감한 한발능은 부대를 둘로 나누고 다시 각 부대를 두 개의 조로 편성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양쪽에서 북위군을 습격했습니다. 예상대로 풀숲에 숨어 있던 북위군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한발능과 그의 군대는 혼란한 틈에 북위군에 대승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타초경사의 결론


 적의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경솔하게 결정하면 안 됩니다. 적의 정보를 알아내고 그들을 꿰뚫어 볼 수 있을 때 공격해야 합니다. 뱀을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는 것입니다. 뱀 굴은 위장이 잘 되어 있어 그 위치를 찾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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