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계] 욕금고종(欲擒故縱), 큰 이익을 위해 작은 것을 과감히 내어주다

공전계(攻戰計), 제16계, 욕금고종


 제16계인 욕금고종은 공전계에 속하는 전략으로, 큰 이득을 위해 작은 것은 과감하게 내어준다는 뜻입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때로는 먼저 양보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큰 승리를 위해 일부러 적을 도망하게 하여 경계심을 없앤 후 공격하는 전략입니다.


욕금고종의 유래


 225년, 제갈량은 50만 대군을 이끌고 남쪽의 반란을 평정하러 갔습니다. 제갈량은 반역군을 승복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승복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이의 사령관인 맹획은 제갈량이 공격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군사를 소집하여 반격에 나섰습니다. 제갈량은 병사를 왕평, 장이, 장익이 지휘하는 3갈래로 나누었습니다. 왕평은 맹획과 교전을 벌이다가 일부러 패한 척하며 그를 산 위로 유인하였습니다. 이때 산의 양측에 잠복해 있던 장익, 장이 군대가 양쪽에서 포위하여 맹획을 잡았습니다.

 제갈량은 잡혀온 포로들에게 음식과 술을 대접하고 모두 풀어주었습니다. 이에 남이들은 몹시 감동하였으나 우두머리인 맹획은 얕은 꾀를 부려 궁지에 몰렸을 뿐 항복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제갈량은 그를 풀어주어 돌아가게 하였습니다.

욕금고종, 큰 이익을 위해 작은 것을 과감히 내어주다
욕금고종, 큰 이익을 위해 작은 것을 과감히 내어주다


 맹획은 돌아가 다시 군사를 모았습니다. 제갈량에게서 풀려난 두명의 장수를 보내 공격하게 하였으나 그들은 패하고 말았습니다. 맹획은 그들이 제갈량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일부러 패한 것이라 생각하고 크게 화를 내며 벌을 내렸습니다. 두 장수는 이에 앙심을 품고 맹획을 포박하여 병사를 이끌고 투항하였습니다. 이번에도 맹획은 부하들이 자신을 팔았기 때문에 항복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제갈량은 다시 그를 풀어주었습니다.

 며칠 후 맹획의 동생인 맹우가 고기와 술을 준비해 촉의 진영을 찾았습니다. 맹우는 맹획을 놓아준 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황금과 상아를 준비했다고 고하였습니다. 맹획이 고향에 돌아가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제갈량은 그의 말을 그대로 믿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발로 찾아온 맹우와 병사들을 모두 술에 취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날 밤, 맹획은 군사를 이끌고 촉 군영을 급습하였습니다. 그러나 제꾀에 넘어가 다시 제갈량에게 잡히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도 동생이 술에 취해 계획을 망쳤을 뿐이라며 항복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제갈량은 다시 그를 놓아주었습니다.

 며칠 후 맹획은 10만 대군을 이끌고 제갈량을 공격해 왔습니다. 제갈량은 적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그 공격에 대항하지 않았습니다. 밤이 깊자 촉의 군사들은 식량과 마차를 남겨두고 조용히 그곳을 떠났습니다. 맹획은 내부에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여 그날 밤 강을 건너 진영을 기습하였습니다.

 맹획의 군사가 강의 맞은 편에 도착해 보니 제갈량의 새 진영이 보였습니다. 그는 며칠만 기다리면 제갈량이 떠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조운과 위연이 이미 그의 군사를 몰래 에워싸고 있다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날 저녁, 갑자기 촉의 군사가 습격해 왔고 맹획은 패하여 후퇴하다가 마차를 타고 있는 제갈량을 발견했습니다. 제갈량을 붙잡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던 맹획은 웅덩이에 빠져 다시 붙잡히게 되었습니다. 맹획은 이번에도 계략에 속아 넘어갔으니 승복할 수 없다고 하였고, 제갈량은 네 번째로 그를 풀어주었습니다.

남만왕 맹획
남만왕 맹획 (위키커먼스)


 맹획이 제갈량을 물리칠 계략을 준비하는 동안 양봉이 다섯 아들을 데리고 그를 방문하였습니다. 맹획은 잔치를 열어 그들을 맞이하였습니다. 술자리가 거의 끝날 즈음 양봉의 두 아들이 갑자기 맹획을 가두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맹획이 이유를 물었습니다. 양봉은 맹획의 반란에 가담했다가 아들과 손자들이 모두 붙잡혔습니다. 제갈량은 잡은 자를 모두 풀어주어 은혜를 베풀었으나 맹획이 뉘우치지 못하고 그를 해하려 하니 자신이 맹획을 잡아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다시 끌려온 맹획은 친구가 자신을 팔았기 때문에 승복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제갈량은 그를 놓아주었습니다.

 맹획은 고향으로 돌아온 후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여 몇차례 공격하였으나 매번 패하였습니다. 결국 그는 처남을 시켜서 자신과 아내, 병사를 묶고 제갈량에게 항복한 것처럼 꾸밀 것을 명하였습니다. 제갈량이 제발로 걸어온 맹획과 병사를 살펴보니 몸에 칼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맹획은 계략을 간파한 제갈량에게 다시 붙잡혔습니다. 이번에도 맹획은 제발로 걸어온 것이니 진 것이 아니라며 항복하지 않았습니다. 제갈량은 맹획을 놓아주었습니다.

 맹획은 오벌국에서 등나무 갑옷을 입은 군사 3만명을 훈련시켰습니다. 이 등나무 갑옷은 등나무의 가지를 기름에 6개월 담궈 만든 것으로 칼에 뚫리지 않았습니다. 이 병사들의 활약으로 촉의 군사는 여러 차례 패하게 됩니다. 갑옷의 제조 방법을 알아낸 제갈량은 불을 이용해 공격을 했고 이번에도 맹획은 붙잡혀 왔습니다.

 이번에는 제갈량이 맹획을 직접 만나지 않고 신하를 보내어 그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였습니다. 신하는 재상께서 당신을 더 이상 보기 미안하게 생각하시니 편히 쉬다가 돌아가 다시 쳐들어와도 좋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이에 맹획은 눈물을 흘리며 진심으로 제갈량에게 항복하였습니다. 제갈량은 이렇게 해서 맹획의 항복을 얻었고 이후로 이곳에서의 반란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욕금고종의 결론


 제갈량의 칠금칠종(七擒七縱) 고사를 통해, 막다른 골목에 적을 몰아넣기보다는 놓아주었다가 다시 잡는 것이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적을 궁지에 몰아넣으면 오히려 죽음을 무릅쓰고 반격하게 됩니다. 이때 서로 간에 큰 손실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적을 궁지로 몰다가 템포를 늦춰 그의 경계심을 허물어뜨린 후에 적이 해이해진 틈을 타서 공격한다면 이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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