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저 2호의 항해는 끝나지 않았다
47년째 날아가는 ‘인류의 우주 대사’… 보이저 2호, 여전히 항해 중
1977년 8월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하나의 탐사선이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의 끝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보이저 2호(Voyager 2). 발사 47년이 지난 지금도 이 우주선은 어둠의 성간 공간에서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항해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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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2호 이미지 |
외행성 4곳 최초 일괄 탐사… ‘위대한 항해’의 서막
보이저 2호는 NASA가 기획한 ‘행성 대탐사’ 프로젝트의 핵심 탐사선으로, 인류 역사상 최초로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네 개의 거대 외행성을 모두 탐사한 유일한 우주선입니다. 당시 NASA는 외행성들의 일렬 배열이라는 수세기 만의 천문학적 기회를 이용해, 일명 ‘그랜드 투어’ 궤도를 통해 이들 행성을 연쇄적으로 방문하는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그 결과, 보이저 2호는 1979년 목성, 1981년 토성, 1986년 천왕성, 1989년 해왕성을 차례로 탐사하며 각 행성의 고리, 위성, 자기장 등을 생생하게 포착해 전송했습니다. 그 가운데 천왕성과 해왕성은 지금까지도 보이저 2호가 유일하게 접근한 인류의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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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의 위치 |
성간 공간 진입, 지구와의 거리 208억 km
보이저 2호는 본래 외행성 탐사를 목적으로 설계됐지만, 임무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8년 11월 5일, 보이저 2호는 태양풍이 미치지 않는 태양권계면(Heliopause)을 지나며 성간 공간(Interstellar Space)에 진입했습니다. 이는 2012년 보이저 1호에 이은 두 번째 사례입니다.
현재 보이저 2호는 지구로부터 약 139.3 AU(약 208억 km) 떨어진 성간 공간에서 초당 15.3km(시속 약 55,000km) 속도로 이동 중입니다. NASA는 이 탐사선이 앞으로 수만 년간 은하를 떠돌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장비 하나씩 꺼져도… 마지막 신호까지 보내는 집념
시간이 흐르면서 보이저 2호의 내부 전력은 점차 감소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전지(RTG)의 출력 저하로 인해 1991년부터 일부 장비의 작동이 중단되었으며, 2024년부터는 플라스마 기기와 저에너지 입자 장비가 순차적으로 전원을 차단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사선은 여전히 4개의 과학 장비를 통해 성간 플라스마 밀도, 자기장, 고에너지 입자 등을 관측하며, NASA의 심우주 통신망(DSN)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한때 고이득 안테나가 지구에서 2도 벗어나면서 통신이 단절됐지만, 8월 4일 고출력 지상 신호로 궤도 수정에 성공하며 통신이 복구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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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2호가 촬영한 토성의 모습 |
하이드라진 추진기 고장… 마지막 숨 고르기
최근에는 우주선의 방향을 조절하는 하이드라진 추진기 라인이 막히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NASA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이후 사용하지 않던 추진기를 소프트웨어로 재배치하는 시도를 했고, 2024년 9월 이른바 ‘추진기 교체’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예비 시스템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몇 년 안에 통신이 완전히 두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하였습니다.
4만 년 후, 지구로부터 1.7광년 떨어진 별에 접근
보이저 2호는 특정 별을 목표로 항해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현재의 항로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약 4만 2천 년 후 로스 248이라는 별 근처를 지나게 되며, 약 29만 6천 년 뒤에는 시리우스를 스쳐 지나갈 예정입니다.
NASA는 보이저 2호를 두고 “은하수를 떠도는 인류의 메시지”라 표현합니다. 실제로 탐사선에는 인류의 문화와 지구의 소리를 담은 ‘골든 레코드’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 안에는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과 음악, 지구 생태와 인류 문명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외계 지성체를 향한 일종의 우주적 ‘병 속의 편지’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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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2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 |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항해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저 2호는 지구를 향한 미약한 신호를 계속 송신 중입니다. 과학자들은 2026년경 전력 고갈로 통신이 완전히 끊길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이후에도 탐사선은 태양계를 벗어나 영원히 은하를 항해하게 됩니다.
1977년의 기술이 21세기의 우주를 측량하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야말로 보이저 2호가 증명해온 ‘시간을 건너는 항해’의 의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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