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고대 그리스 정치가, 솔론

아테네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린 지혜로운 입법자


 솔론(Solon, 기원전 약 658년~500년)은 고대 아테네의 정치가, 입법자, 장군이자 시인이며, 고대 그리스의 ‘7현인(七賢人)’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그는 불평등하고 억압적인 귀족 중심의 정치 체제를 타파하고 시민이 주체가 되는 정부 체제, 즉 민주주의의 기틀를 마련한 선구자였습니다. 오늘날에도 ‘솔론’이라는 이름은 ‘현명한 입법자’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입법자, 솔론
입법자, 솔론


귀족 출신에서 개혁가로


 솔론은 귀족 계급 출신이었으며 그의 지위 덕분에 정치와 군사 분야에서 일찍이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아테네와 라이벌 도시국가인 메가라 간의 분쟁에서 살라미스섬을 되찾는 데 공을 세운 장군으로 처음 이름을 알렸습니다. 당시 그는 애국심을 고취하는 시를 써서 병사들의 사기를 높였고 이 전쟁의 승리로 정치적 입지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드라코의 유산을 뒤엎다: 형벌 완화와 권력 분산


 기원전 594년, 솔론은 아테네의 공식 입법자로 선출됩니다. 그가 취임했을 당시 아테네 사회는 경제 불균형과 사회 불안로 매우 혼란한 상태였습니다. 특히 앞선 입법자인 드라코(Draco)가 만든 법은 지나치게 엄격하고 잔인해 사소한 죄에도 사형이 선고되는 등 시민들의 불만이 극심했습니다.

 솔론은 다음과 같은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 채무 탕감과 노예 해방: 빚을 갚지 못해 노예가 된 시민을 해방시키고, 외국에 팔려간 아테네인를 되찾았습니다.

- 드라코 법의 개정: 살인죄 등 중범죄를 제외한 대부분의 형벌을 완화했습니다.

- 정치 참여 확대: 재산에 따라 시민을 네 계급로 나누고, 상위 계급에게 공직 참여를 허용하되 모든 시민이 법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소송 제기와 배심제: 모든 시민이 법정에서 소송을 제기할 권리, 그리고 배심원이 될 자격를 부여받았습니다.

- 사백인 평의회(Boule) 설치: 귀족 중심의 아레오파고스 의회 외에 선출된 시민 400명가 정무를 논의하는 의회를 창설했습니다. 이는 훗날 민주 의회의 전신이 됩니다.

 솔론은 이러한 개혁을 통해, 질서(Eunomia)를 회복하고 귀족과 평민 간의 격차를 줄이며 시민 전체가 국가의 주체로 참여하는 기틀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솔론 흉상
솔론 흉상


개혁의 여운과 의도적 망명


 솔론의 입법은 임기 2년간 시행되었으며 그는 개혁 이후 10년간 자진하여 아테네를 떠났습니다. 이는 그가 만든 법들이 바뀌지 않도록 스스로를 멀리함으로써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는 이 시기 동안 이집트, 키프로스, 리디아 등을 여행하며 다른 나라의 정치와 문화를 관찰했습니다.

 그러나 아테네에 돌아온 솔론은 자신이 만든 법들이 일부 무시되거나 폐지된 현실를 보고 큰 실망을 느꼈습니다. 특히 귀족 세력이 다시 권력을 잡고 그의 개혁 정신이 퇴색된 현실에 분노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의 유산: 민주주의의 토대


 비록 그의 개혁이 즉각적인 민주주의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솔론이 남긴 제도는 훗날 클레이스테네스(Cleisthenes)의 개혁(기원전 508년)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클레이스테네스는 솔론의 법을 발전시켜 현대적 의미의 민주 정치 체제를 확립했고 아테네는 문화·철학·군사력에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법을 집행하는 솔론
법을 집행하는 솔론


시인이자 철학가로서의 솔론


 솔론은 단지 정치가가 아닌, 문학가이자 도덕 사상가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개혁 정신을 담은 시를 직접 써서 배포하며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었습니다. 그의 시는 고대 그리스 문학사에서 가장 초기 정치 시(poetic politics)로 평가되며, 그가 단순히 법을 만든 것이 아니라 시민의 감정을 이끌고 행동을 변화시키려 했던 진정한 리더였음을 보여줍니다.


솔론의 영향력과 어원


 “솔론(Solon)”은 현대 영어에서도 지혜로운 입법자나 정치가를 비유하는 표현으로 쓰입니다. 그의 전임자인 드라코(Draco)의 이름은 오늘날 “드라코니안(Draconian)”이라는 단어로 남아 가혹하고 비현실적으로 엄격한 법을 뜻합니다. 고대 역사가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에 따르면 솔론은 후에 등장한 철학자 플라톤의 먼 친척이었다고 전해집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솔론은 무력이나 권위가 아닌 지혜와 도덕적 판단로 아테네의 미래를 이끈 진정한 정치 개혁가였습니다. 그는 단지 제도를 만든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과 권리를 인식하도록 이끌었으며 민주주의 정신의 씨앗을 뿌린 사람으로 평가받습니다. 그의 삶과 유산은 오늘날에도 법치, 정의, 시민 참여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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