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계] 만천과해(瞞天過海), 황제를 속여 바다를 건너다

승전계(勝戰計), 제1계, 만천과해


 만천과해는 하늘(황제)을 속여 바다를 건넌다는 의미로 36계 중 제1계에 해당합니다. 주도면밀하게 준비하여 상대방이 방심한 틈을 이용합니다. 항상 보이는 일상적인 것에 의심을 가지지 않도록 상대를 안심시켜 임무를 완수하는 전략입니다.


만천과해의 유래


 643년 당 태종은 고구려 원정에 나서게 됩니다. 당나라의 대신들은 바다를 건너 전쟁을 해야하는 것이라 당 태종의 출정을 반대하였으나 태종은 자신의 고집대로 직접 전장에 나섰습니다.

 당의 병사들이 바닷가에 도착했을 때, 태종은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의기소침해졌습니다. 그는 대신들에게 바다를 건널 방법을 모색하라고 지시하였으나, 대신들도 거친 파도에 질려 감히 의견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당나라 태종(위키커먼스)
당나라 태종(위키커먼스)


 신하들 중 장사귀는 수하의 설인귀라는 병사와 바다를 건널 방법을 논의하였습니다. 설인귀는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묘책을 하나 내었습니다.

 어느날, 한 대신이 이르기를, 바닷가 부근의 부호가 황제와 삼십만 대군이 바다를 건너기 위해 필요한 군량과 마초를 책임지겠다고 하였습니다. 태종은 그 부호를 불러오게 하였습니다. 그 노인의 기품있는 모습이 태종은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노인이 태종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하자, 태종은 기쁘게 받아들여 병사들까지 모두 데리고 그의 집으로 갔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노인의 집에 도착해 보니 그의 집 담벼락은 화려한 색깔의 휘장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노인은 태종과 대신들을 화려한 장식의 실내로 안내하였고 그곳에는 풍성한 만찬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태종과 대신들은 산해진미와 흥겨운 가무에 취해 며칠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당 태종이 보았던 부호의 집이 이런 모습이었을까요? 홍콩 점보 레스토랑의 모습
당 태종이 보았던 부호의 집이 이런 모습이었을까요? 홍콩 점보 레스토랑(Flickr)


 음주가무를 즐기던 중에 태종과 대신들은 폭풍소리과 파도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태종이 휘장을 열어보게 하고는 몹시 놀랐습니다. 자신이 노인의 집이 아닌 배 위에 올라 있는 것이었습니다.

 놀란 태종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물었고 장사귀는 몸을 조아리며 대답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바다를 건너는 방법이며 곧 무사히 도착하게 될 것이라고 고했습니다. 태종은 육지에 점점 가까워 오자 매우 기뻐하였습니다.

 배가 해안가에 도착하자 설인귀는 태종에게 무릎을 꿇으며 사죄하였습니다. 태종은 비로소 그 노인이 바로 설인귀였음을 알게 되었고 그에게 후한 상을 내렸다고 합니다.


만천과해의 결론


 전략을 사용할 때에는 상대방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상대방이 나중에 그것을 알게 되더라도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게 됩니다. 이 전략을 사용하려면 상대방이 어떤 위협도 느낄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하여 주의력을 분산시켜야 합니다. 위의 사례에서 태종은 전략가들이 연출한 상황 때문에 사태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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