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계] 부저추신(釜底抽薪), 가마솥 아래 장작을 빼내다

혼전계(混戰計), 제19계, 부저추신


 '가마솥 밑의 장작을 빼낸다'는 뜻으로 장작을 꺼내 물이 끓는 것을 그치게 하는 것입니다. 즉 적의 계략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것으로, 적이 세력이 강할 때는 직접 대항하지 않고 유함으로 대처하는 전략입니다. 적의 활동을 제압하고 자멸까지 노릴 수 있으며 회유나 협박을 통해 적군 개개의 세력을 이반시키는 등 적의 세력을 줄이는 것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정면공격을 하지 않고 우선 치명적인 약점을 찾아서 그곳을 공략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부저추신의 유래


 제나라의 26대 왕인 제경공은 협곡에서 공자에게 당한 일에 몹시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재상인 안영이 죽었는데 그 뒤를 이어 재상이 될 만한 인재도 없었습니다. 이때 노나라는 공자를 등용해 국정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근심이 많아진 경공은 점점 노나라가 강해지면 제나라에 위협이 될 것을 우려하였습니다. 어찌하면 좋을지 신하 여미에게 물었습니다. 여미는 부저추신 전략을 이용하여 공자가 노나라를 떠나도록 만들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노나라 왕인 노정공은 여색을 밝히는 호색가이므로 그에게 미녀들을 바치면 미색에 빠져 국사에 무관심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공자는 화를 내며 떠날 것이라고 하자 제경공은 좋은 묘책이라 생각하였습니다.

부저추신(釜底抽薪), 가마솥 아래 장작을 빼내다
부저추신(釜底抽薪), 가마솥 아래 장작을 빼내다 (픽사베이)


 이에 여미는 80명의 미녀와 말 120필을 이끌고 노나라로 갔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노나라의 재상 계사는 미녀들을 보기 위해 궁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는 제나라 여인들이 춤을 추고 온갖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자 마치 허공을 날 듯 황홀했습니다.

 계사는 미녀들에게 정신이 팔려 노정공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조차 잊었습니다. 그는 노정공이 여러차례 찾은 후에야 입궁을 하였습니다. 노정공은 제나라의 서찰을 읽어보고서는 계사에게 기쁘게 잘 받겠다는 답신을 쓰게 하였습니다.

 노정공은 계사에게 미녀들이 어디 있냐고 물었고 계사는 노정공을 궁 밖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노정공과 계사는 미녀들에게 완전히 홀려 같이 춤을 추고 즐겼습니다. 밤늦게 궁에 돌아온 노정공은 계사에게 30명의 미녀를 주었습니다. 이후 노정공은 국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습니다.

 공자는 이를 알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제자 자로가 이르기를 노정공이 이미 국사를 돌보지 않고 있으니 여기를 떠나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공자는 급할 것이 없다며, 하늘에 제를 올리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기다려 볼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만약 노정공이 이 대사를 잊었다면 그때 떠나도 늦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노정공은 제례를 매우 무성의하게 치른 후 바로 궁으로 돌아가 또다시 미색에 빠져들었습니다. 공자는 자로에게 얼른 짐을 정리하라고 이르며 여기를 떠날 때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공자는 그렇게 노나라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부저추신의 결론


 이 전략은 혼전계 중의 첫 번째 계책입니다. 적이 우위에 있을 때 적과 정면으로 부딪히지 말고 계략을 세워 적의 자원을 소모시켜야 합니다. 제나라는 이 전략을 사용하여 노나라의 역량을 약하게 만들었습니다. 조호이산이 우두머리를 제거하는 전략이라면 부저추신은 우두머리 옆에 있는 인재를 제거함으로써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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