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계] 이대도강(李代桃僵), 오얏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다

적전계(敵戰計), 제11계, 이대도강


 오얏나무(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여 넘어진다는 뜻으로 작은 손해를 보는 대신 큰 승리를 거두는 전략입니다. 36계 가운데 11번째 계책으로 적전계에 속합니다. 승리를 위해 일부의 작은 손실을 감수하고 전세의 역전을 꾀하는 전략입니다.


이대도강의 유래


 이대도강이란 말은 중국 고대와 중세의 악부시를 집대성한 ‘악부시집’에 실린 ‘계명’이라는 시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그 시가의 내용은 우물 위에 복숭아나무가 자라고 복숭아나무 옆에 오얏나무가 자랐는데, 벌레가 복숭아나무 뿌리를 갉아먹자 오얏나무가 희생하여 복숭아나무를 구했다는 것입니다. 원래 의도는 나무들도 서로 돕고 사는데 왜 형제들끼리 서로를 해치려는가를 은유적으로 비판하기 위한 것입니다.


첫번째 일화, 손빈의 경마 전략

 뛰어난 전략가 손빈이 전국시대 제나라의 장수 전기에게 의탁하여 지내고 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전기와 손빈은 모든 일을 상의해서 처리할 정도였습니다. 어느 날 손빈은 걱정에 가득 찬 전기를 보고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전기는 경마를 좋아하는데 자신의 말이 경마에 참가했다가 대부분 졌다고 합니다. 손빈은 그런 일은 너무 걱정말라고 하며 다음에 자기를 꼭 데리고 가달라고 했습니다.

 전기는 손빈을 데리고 경마 시합을 구경하였습니다. 그 시합은 참가자들의 말을 달리는 속도에 따라 상중하 3등급으로 구분하여 동급의 말끼리 속도를 겨루게 되어 있었으며 3전 2선승제로 진행되었습니다. 규칙과 상황을 파악한 손빈은 전기를 도와줄 방도를 생각해 냈습니다.

이대도강은 작은 손해를 보는 대신 큰 승리를 거두는 전략이다
이대도강은 작은 손해를 보는 대신 큰 승리를 거두는 전략이다 (경주마, 픽사베이)


 집으로 돌아온 손빈은 전기에게 다음에는 꼭 이길 것이니 마음놓고 시합을 준비하라고 말했습니다. 전기는 제나라의 위왕을 초대해 시합을 열기로 했고 앞선 시합에서 모두 우승한 제나라 왕은 그 요청에 흔쾌히 응했습니다.

 드디어 시합 날이 되었고, 손빈은 전기에게 하급 말과 제왕의 상급 말과 시합하게 하여 첫판을 져주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상급 말과 제왕의 중급 말을 겨루게 하고 마지막으로 중급 말과 제왕의 하급 말을 시합하도록 조언하였습니다.

 첫 번째 시합은 당연히 제왕의 말이 우승을 하였고 나머지 2번의 시합은 전기의 말이 우승을 하였습니다. 제왕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 전기가 제왕에게 이르기를 자신의 말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손빈의 전략 덕분이라고 아뢰었습니다.

 제왕은 손빈을 극찬한 후 궁으로 불러들여 이 전략을 전쟁에서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자문을 구했습니다. 양측의 세력이 비슷할 때 교묘하게 이 전략을 사용하면 승리할 수 있고 적의 세력이 아군의 세력보다 뛰어날 때 이 전략을 사용하면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두번째 일화, 정영의 희생

 춘추시대 진나라 간신인 도안가는 높은 관직에 있으면서도 조씨 일가가 득세하는 것을 매우 질투하였습니다. 음모를 꾸며 조씨 일가를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승상 한궐이 이 소식을 조순의 아들 조삭에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조삭은 이제 와서 도망갈 수도 없고 한궐이 조씨 일가의 혈통을 이을 수 있게만 해준다면 죽어도 상관없다고 말했습니다. 조삭의 아내는 진나라 군왕 진성공의 딸로 당시 임신중이었습니다.

 한길은 정영을 시켜 조삭의 아내인 공주를 궁으로 돌아가게 했습니다. 다음날 도안가는 병사를 거느리고 조씨 집안을 포위하여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죽여버렸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조삭의 아내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대도강, 오얏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다
이대도강, 오얏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다 (복숭아나무, 픽사베이)


 그녀가 궁으로 돌아간 것을 알게 된 도안가는 입궁하여 진경공에게 조씨 일가가 전왕 진령공을 살해했다고 거짓으로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공주를 죽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주는 지금 임신중이며 만약 남자아이를 낳게 되면 훗날 반드시 복수할 것이라고 하자 진경공은 공주가 사내아이를 낳는다면 죽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얼마 후 공주는 남자아이를 낳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도안가는 바로 사람들을 데리고 궁에 갔지만 그들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때 정영은 조삭의 부하를 만나 그 아들을 안전한 곳에 숨길 방법을 물었습니다. 그 부하는 최근에 태어난 남자 아이를 찾아 조삭의 아들로 위장하고 산중에 숨겨 둔 후에 도안가에게 알리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공교롭게도 정영에게는 갓난 아들이 있었습니다. 정영은 한밤중에 그 부하에게 아들을 안겨주며 수음산에 가라고 한 후 한궐에게 가서 그 계획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도안가에게는 공주의 부탁으로 아이를 산중에 숨겨놓았다고 고했습니다. 정영은 조삭의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희생시키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도안가는 정영의 인도로 수음산으로 갔습니다. 그 부하는 이들을 보자마자 도망가기 시작했고 도안가는 아이와 그 부하를 함께 참수하였습니다. 이때 성안에 있던 한궐은 조삭의 진짜 아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켰습니다.

 15년 후 진나라의 국왕은 진상을 알고 조씨 일가의 명예와 지위를 회복하여 주었습니다. 조삭의 아들은 안전하게 성장했고 진나라에 가서 자신의 신분을 밝혔습니다. 진나라도 조삭의 아들이 도안가에게 복수하는 것을 허락했다고 합니다.


이대도강의 결론


 전쟁에 참가한 자는 손실을 입게 마련입니다. 이 전략은 군사적으로 양측의 세력이 비슷한 상황에서 일부 희생을 통해서 승리를 일궈 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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