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조선왕조의 설계자, 정도전

 정도전은 실천적인 개혁가에서 저돌적인 혁명가로 거듭난 고려 말의 정치가입니다. 공민왕은 당대의 저명한 유학자 이색을 성균관 대사성으로 임명하여 고려의 교육 기관 성균관을 개혁하려 했습니다. 이색은 유학 사상의 새로운 조류인 성리학을 가르치며 100여 명의 인재를 길러냈습니다. 이들을 신진 사대부라 하는데, 고려의 마지막 충절이라고 여겨지는 정몽주와 고려 왕조를 멸망시킨 정도전(1342년 -1398년)이 모두 이 부류였습니다.

 정도전은 공민왕 9년에 과거에 합격한 후 성균관박사, 태상박사 등 여러 관직을 거쳤습니다. 당시 원나라가 중국에서 밀려난 후 몽골 지역에서 북원이 되고, 한족이 세운 명나라가 들어서는 등 동북아 국제 질서의 혼란기였습니다. 이 와중에 이인임 등의 권문세족은 북원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싶어했고, 정도전은 친명파의 입장을 견지하다 격심한 갈등 끝에 결국 유배를 가게 됩니다. 나주에서의 유배 생활 후 고향에서 야인 생활을 하는데, 많은 학자가 이때 정도전이 진정으로 일반 민중의 삶을 체험하며 혁명파로 거듭났다고 추정합니다. 유배에서 풀려난 후에도 개경 출입은 금지됐고 수차례 인재 양성을 시도하지만 이 또한 실패합니다. 결국 좌절의 연속 끝에 1383년 이성계를 찾아갔고 그와 평생의 우의를 쌓게 됩니다.

정도전 표준영정

 정도전은 다시 9년간의 격렬한 정치 투쟁 끝에 조선 왕조를 세웠고 1398년 이방원에게 암살당하기 전까지 약 6년간 건국 사업에 혼신을 다합니다. <조선경국전>을 집필하여 법에 근거한 통치 문화를 만들었고, <고려국사>를 집필하여 조선 왕조의 역사적 당위성을 밝혔으며, <불씨잡변>을 통해 불교가 아닌 성리학을 통한 국가 운영의 정당성을 설파했습니다.

 수도 한양을 설계한 것은 물론 진법을 편찬하여 요동정벌을 추진하는 등 정력적인 활동을 펼쳤습니다. 무엇보다 재상 중심의 통치를 주장하며 왕이 아닌 과거 시험을 통해 선발된 신하들이 통치하는 나라를 꿈꿨습니다.

 정도전은 우리나라는 물론 동아시아 역사에서 상당히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입니다. 우선 그는 맹자의 역성혁명 사상을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통상 중국 역사에서는 혼란기 끝에 새로운 왕조가 들어서면 그제야 유학자들이 천명이라는 이름으로 왕조의 권위를 합리화하여 인본 통치를 요구합니다. 이에 반해 정도전은 '왕조의 설계자'라고 불릴 만큼 직접 혁명과 건국을 기획하고 주도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 조선 왕조의 설계자, 삼봉(三峯) 정도전

1. 시대의 소용돌이 속으로

• 출생과 배경

  • 1342년 경상북도 봉화(혹은 영주)에서 향리 가문으로 태어나, 일찍이 유학에 뛰어나 과거에 급제.

• 공민왕 시대 활동

  • 성균관 교관·박사로서 유학을 보급하고, 정몽주·이숭인과 함께 성리학적 국가를 꿈꿨지만 공민왕 사후 정치적 불안이 암운을 드리웠다.

---

2. 유배지를 통해 길러진 민본사상

• 회진현 유배와 민심 체득

  • 원나라 사신을 거부해 나주(회진현)로 유배된 뒤, 농부의 한 마디를 계기로 백성 중심의 정치, 민본사상을 뿌리내렸다.

• 철학에서 실천으로

• 유배 중 학문과 교육에 매진하며, 실제 백성 삶을 경험해 이상적 통치의 토대를 다졌다.

평택에 위치한 정도전 사당

---

3. 이성계와 혁명 동맹, 역성혁명 신호탄

• 이성계와 첫 만남 (1383)

  • 함흥에서 이성계를 만나 “한 고조보다 장자방이 더 활용했다”는 뉘앙스로, 혁명의 동행자임을 선언.

• 위화도회군 직후, 정치 중심부로

  • 급진 개혁세력의 총수로 떠오르며, 정몽주 세력과 대립. 향후 조선 건국의 기초를 놓았다.

---

4. 조선 건국의 설계자, 실무의 달인

• 한양 천도와 도성 설계

  • 경복궁·사대문·52방의 이름과 구조를 지었고, 유교 이념을 도시 공간에 반영했다.

• 조선경국전 편찬

  • 신권(臣權)·왕도정치(王道政治)·공전제·과거제 등 제도 정비안을 태조에 바치며 조직적 국가 틀을 세웠다.

• 요동 정벌과 병권 장악

  • 명나라 대응을 위한 북벌론을 주장했고 사병 혁파·진법 훈련 등 군제 개혁을 주도했다.

---

5. 이상과 현실의 충돌, 그리고 최후

• 태종 이방원과 대립 격화

  • 세자 책봉·사병 혁파를 둘러싸고 이방원과 갈등.

• 제1차 왕자의 난(1398)

  • 이방원 세력의 급습 끝에 암살되며, 조선 건국 이후 6년의 꿈을 마쳤다.

---

6. 사후 평가와 역사적 위상

• 조선 왕조 내내 배척되다

  • 역적 이미지로 남았지만 고종 때 신원되어, 문헌(文憲)의 시호를 받으며 사당 건립 및 공신 복원.

• 후대 시사점과 영향

• 영국식 입헌 군주제·내각 중심 정치를 구상했고, 근대 한국 토지개혁·공정 분배의 이론적 원형이 되었다.

단양에 있는 정도전 동상

---

✍️ 한 줄 평가

“조선 왕조의 설계자, 정도전—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국가의 방향을 먼저 그린 개혁가. 그러나 혁명의 강을 건널 용기를 갖춘 자만이 건설가가 아닌 설계자가 될 수 있었다.”

---

📚 참고 기록

• “농부의 한 마디”에서 백성을 위한 정치 철학이 싹텄으며

• “한나라 고조와 장자방” 비유로 혁명가의 야망을 드러냄

• 조선 건국 후 경복궁 등 도시 설계와 법전까지 새 왕조의 뼈대를 완성

• 요동 정벌론으로 인해 명과 갈등, 태종과 정치적 결별

• 퇴장과 동시에 역사 속에 사라졌지만, 후일 공신으로 복귀

---

📌 마무리

조선 건국의 중심이었던 정도전은, 단순한 정치가가 아닌 사상가이자 건축가였다. 그는 성리학에 기초해 시민 중심 국가를 설계하고, 한양이라는 공간에 그 철학을 실천으로 구현했다. 이상과 현실, 혁명과 보수 사이에서 끝내 맞선 그의 삶은,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정치의 대의와 현실 구현 사이의 균형을 묻고 있다.

---

🧾 포인트 요약

핵심 키워드	설명
민본사상	백성 중심의 정치 철학
역성혁명	유교적 정당성에 기반한 혁명 이론
신권 중심 정치	재상 중심 내각제 비전
법·제도 설계	조선경국전, 도시·제도 구축
사후 복권	고종 때 문헌(文憲) 시호와 공신 복원